28. 오르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아껴 사용하는 것이 좋은가?
오르간은 매우 고가의 악기이기 때문에 오르간이 설치된 교회와 성당에서는 오르간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오르간전공이 있는 교육기관에서도 파이프오르간은 3학년 학생부터 아니면 졸업연주에만 사용을 허락합니다. 파이프오르간연주에 경험이 거의 없는 저학년 학생들이 귀한 오르간을 사용하다 고장을 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정말 오르간사용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오르간을 함부로 사용하여 오르간에 해를 줄까요? 교회의 파이프오르간 반주자는 오르간전공을 한 학생도 감히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소한 외국에서 유학을 한 강사급 이상의 반주자에게만 허락이 됩니다. 물론 그들의 연주실력이 더 좋기 때문에 정식 오르가니스트로 봉사하지만 정식 반주자가 아니면 같은 교인 이더라도 오르간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파이프오르간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오르간은 자주 사용하면 안 좋은 것일까요? 자주 사용하면 고장이 잘 날까요? 네, 맞습니다. 자주 사용하면 사용 안하는 것보다 고장 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빈번한 사용으로 인한 고장은 간단하게 수리할 수 있는 고장이 대부분입니다. 오르간을 자주 사용하면 여기저기 고장 날 부분이 미리 나타나 그 부분을 완벽하게 수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르간을 자주 사용한다는 것은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어주어 파이프내의 먼지를 청소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물론 그 먼지가 대부분 오르간 내에 다시 쌓이지만 파이프 내에 쌓여 습기와 함께 접착되는 것보다 좋습니다.
제가 오르간의 빈번한 사용을 고장과 결부시켜 설명하였지만 사실은 고장여부에 관계없이 오르간의 빈번한 사용이 오르간이 설치된 장소를 위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년시절에 다녔던 교회는 전형적인 60년대 시골교회였습니다. 유초등부 예배를 마친 후 교회마당에서 뛰 놀 때 교회내부에서는 장년예배를 위한 성가대의 성가연습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그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60년대 시골교회의 엉성한 성가대의 소리였지만 창문너머로 들리는 그 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소리로 들렸습니다. 당시 저는 다음과 같은 생각과 결심(?)을 하였습니다. “내가 만약 성인이 되어 교회를 지어 헌납할 수 있게 된다면 성가대 연습실은 교회를 들어서는 교인들이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성가대연습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러한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오르간점검을 위해 교회를 방문할 때 저에게 오르간의 문제점을 알려주기 위해 저보다 미리와서 오르간을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들이 있습니다. 그 연주소리를 교회의 입구부터 들을 때 그 소리 또한 얼마나 편안하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그 오르간의 품질과 상태가 안 좋은 오르간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렇듯 교회에서는 성가대소리나 오르간소리가 항상 흘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수의 성가대원은 교회에 나와 하루 종일 성가연습을 할 수는 없지만 오르가니스트는 당번을 정해 일주일에 한두 번, 하루에 두세 시간 연주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그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도 아니고 교인도 아닌 학생이, 더구나 외국인일 경우라도 단지 오르간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래서 연습장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오르간의 사용을 허락하는 유럽의 교회같이 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같은 교회에 출석하는 오르간전공 학부학생들에게는 오르간의 사용을 허락하는 것은 교회 지도자의 생각만 바꾸면 가능한 일입니다. 오르간의 파이프 청소도 하고 교회를 방문하는 자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는 주중의 오르간사용을 많은 교회와 성당에서 허락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