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Manual 건반에 Nachthorn 4’ 혹은 2'의 배치
오르간구입을 계획하는 곳(교회, 성당, 학교, 연주회장등)의 관계자라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매우 막막할 것입니다. 우리교회(성당, 학교...)에 필요한 오르간의 크기는 얼마가 적당하고 가격은 얼마나 될 것인지 견적서는 어떻게 받아보는지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할 것입니다. 여기저기 오르간을 먼저 설치한 곳의 경험과 오르간 중개업자 혹은 오르간연주자들로부터 하나하나 정보가 쌓여 직접 제작사에 의뢰하거나 중개업자나 오르가니스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교회에 맞는 오르간의 견적서를 받게 됩니다. 이 때 견적을 의뢰하는 측에서 원하는 오르간의 스펙(건반 수, 음색의 종류, 연주도움장치 등)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략의 음색 수만 알려주면 제작사에서 나름대로 오르간의 스펙을 정해 견적서를 작성하여 보내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 오르간의 스펙(최소한 음색리스트)을 정하지는 못하더라도 제작사가 제안한 음색리스트를 보고 판단을 하고 수정을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음색 수가 15-20개 정도이고 손 건반이 2단이라면 일반적으로 4‘음역의 음색이 하나의 Manual엔 두개, 나머지 Manual에는 하나가 배치됩니다. 음색 수가 더 많아 대략 25개 이상이 되면 이 4’음색은 각 Manual에 두 개씩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4개의 4‘음색 중 Nachthorn 4’의 선택입니다. 보통 4‘음색 중 하나는 Prinzipal 계열인 Oktave 4’, Prestant 4’, 간혹 Prinzipal의 대용으로 Salicet 4’를 배치하고 나머지 하나는 기본음이 풍부한 Flute색깔의 음색 Flûte 4’, Blockflöte 4’, Traversflöte 4’, Rohrflöte 4’, Flûte octaviant 4’, Nachthorn 4’등을 배치합니다. 여기서 Nachthorn 4’의 배치 여부입니다.
Nachthorn은 15-16세기 벨기에지역에서는 여러 열로 구성된 합성음색으로 오늘날의 Cornett을 가리키는 음색으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은 매우 넓은 폭의 하나의 파이프 열로 구성된 음색입니다. 주로 8‘와 4’로 Manual과 Pedal에 배치합니다. 문제는 이 Nachthorn의 파이프가 매우 넓은 폭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넓은 폭의 파이프는 특히 고음쪽에서 바람의 미세한 영향으로 음정이 매우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바람공급대(wind-chest)에서 파이프로 공급되는 바람은 대체적으로 고요하지만 약간의 소용돌이가 있어 이런 불안한 바람을 받아 소리를 내는 파이프들 중 파이프 폭이 매우 넓은 고음부의 파이프는 매우 불안하게 발성을 하고 일정한 음높이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이 음색 하나만 선택해서 소리를 내도 음정이 불안한데 다른 음색과 합성하여 소리를 내면 서로 간섭하여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져 극심한 맥놀이음을 만들어냅니다. Nachthorn 4’를 Pedal에 배치하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Pedal은 최고 높은음이 g1 건반이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불안한 바람의 공급을 받더라도 파이프의 음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Flute계열의 4’음색은 오르간의 전체 음색 컨셉과 관련이 있겠지만 Manual에서의 Nachthorn 4’(2')의 선택은 신중히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