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국적인 오르간에 대하여
Blockwerk(음색의 구분이 없는 오르간의 형태로 연주 시 건반에 속하는 모든 파이프들이 동시에 울리도록 구성한 중세시대의 오르간)형태의 오르간에서 음색이 분리되기 시작한 1300년도 말부터 오르간에 쓰이는 대부분의 음색들은 1400년대 말부터 1500년대에 거의 다 만들어집니다. 이후 넓은 음색생성역사에서 근본적으로 구조상 새로운 음색은 1700년경에 만들어진 Glockenspiel과 관통식 떨판형 파이프음색이 있습니다. 1600년경부터 16세기의 좁은 폭 파이프음색들이 스트링(Sreicher) 소리의 음색으로 계속 발전하고 독립하게 됩니다(Fugara, Salicet, Salicional, Viola, Viola da Gamba, Violon, Violoncello)
1680년경부터 이탈리아로 부터 온 맥놀이음색인 Fiffaro, Voce umana는 독일어권 지역으로 퍼져나가 이후 독일에서 그리고 1845년부터 프랑스에서는 스케일과 보이싱 그리고 이름을 달리하여 여러 음색으로 발전하게 됩니다(Lamento, Piffaro, Undamaris, Voix cēleste).
19세기에 들어 부드럽고 속삭이는 듯 한소리의 입술형파이프 음색들이 다양하게 발전 되었습니다(Aeoline, Dolce, Fernflöte, Harmonica, Zartflöte).
입술형파이프와 떨판형파이프의 소리발생 원리를 이용해 이미 만들어진 기존의 음색외 다른 새로운 음색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통악기이름을 음색이름으로 붙여 한국적인 음색이라며 한국에는 한국적인 음색의 오르간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오르간을 구입할 때 음색하나 추가할 때 마다 가격이 엄청 비싸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적은 수의 음색으로 다양한 장르의 오르간작품을 연주할 수 있도록 음색선택에 신중을 기하여 선택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한국적인 악기의 소리가 나는 음색을 어떻게든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음색이 오르간에 한번 배치되면 다양하게 다른 음색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오르간음색에 그러한 한국 전통악기 소리를 내는 음색을 자주 섞어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쩌다 사용하기 위해 비싼 가격을 들여 그러한 음색을 배치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이겠습니까? 그냥 대금솔로의 오르간곡을 연주하고 싶다면 실제의 대금주자를 데려다 대금콘서트곡을 연주하면 될 것입니다. 작곡가는 오르간반주를 이용한 대금콘서트곡을 작곡해야 되겠지요.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에 부임하면서 그가 한국 사람이고 오케스트라가 한국 서울시의 오케스트라이니까 한국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든다고 트럼펫 대신 태평소, 콘트라베이스 대신 아쟁, 바이올린 대신 해금, 파곳 대신 대금주자를 각각 한명씩 교체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전통악기를 기존 오케스트라 악기 대신 한 명씩이라도 대체했다면 그러한 오케스트라로 무슨 곡을 연주하겠습니까?
오르간에서 이러한 문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음색이름이 한국의 전통악기이름으로 되어있더라도 결코 그 전통악기와 같은 소리를 내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요. 한국적인 오르간이란 음색이름을 한국의 전통악기이름을 사용했다고 한국적인 오르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제작, 설치, 보이싱 및 조율을 오로지 한국인 제작자에 의해 완성된 오르간이라야 한국적인 오르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