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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르간과 온도

  오르간의 음이 온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잘못알고 있습니다. 오르간의 파이프는 대부분 금속으로 되어있어 온도가 올라가면 금속이 늘어나게 되고 그 결과 파이프가 길어져 음이 낮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긴 파이프는 상대적으로 짧은 파이프에 비해 낮은음을 내고 금속은 온도의 변화에 따라 늘어지거나 줄어진다는 극히 상식적인 지식에서 유추한 것이라고 보여 집니다. 그러나 오르간의 파이프음은 온도가 상승하면 음높이도 올라가고 온도가 내려가면 음높이도 내려가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온도에 따른 음높이의 변화가 음악적으로 해가 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다음의 설명은 조금 기술적인 내용이라 지나치셔도 좋습니다.

 

  우리가 소리를 인지하는 것은 그 소리를 발생시키는 발음체와 그 생성된 소리를 우리 귀까지 전달해 주는 매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사는 이상 공기라는 매질 외에 다른 매질에 대하여 관심가질 필요가 없다. 공기 중에서 소리는 대략 초당 340 m의 속도로 전달된다. 이는 상온 15°C에서 그렇다는 말이고 온도가 내려가면 소리의 전달속도는 떨어지게 되고 온도가 상승하면 소리의 속도 역시 상승하게 된다. 0°C에서 소리의 속도는 331.6 m/s인 반면 20°C에서는 약 343.6 m/s로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소리의 속도가 오르간의 파이프 음높이를 결정하게 된다. 발음체인 파이프는 파이프 몸통내의 공기기둥을 바람으로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파이프몸통내의 공기기둥이 진동하면 발생하는 소리의 높이는 몸통의 길이(l), 소리의 속도(c), 진동하는 주파수의 파장(λ)에 의하여 정해지게 된다. 가름대틈을 통해 나온 바람띠가 윗입술에 부딪쳐 나는 미세한 소리가 몸통내의 공기기둥을 자극시키면 몸통 내에 형성되는 진동의 파장은 반파장만이 형성된다. 온도가 상승하여 소리의 속도가 증가하면 몸통내의 형성된 파장(반파장 ,λ/2)역시 미세하게 증가 한다. 그러나 소리의 속도 역시 증가했기에 소리의 높이는 약간 상승한다. 소리의 높이(주파수)는 소리의 속도에 비례하고 파장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f = c / λ). 파이프의 물리적인 소리발생 원리와 파이프길이와 주파수와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λ°

  그렇다면 온도의 변화에 따른 음높이의 변화는 얼마나 될까요? 온도가 1°C 상승하면 음 높이는 대략 0.8 Hz( 약 3 cent) 정도 상승합니다. 이는 a1음(440 Hz)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즉 a1은 440 Hz이고 a#1은 466. 16 Hz로 반음의 차이가 26.16 Hz이지만 그 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의 반음의 차이는 52.33 Hz( a2 = 880 Hz, a#2 = 932.33 Hz)이고 한 옥타브 낮은 음의 반음의 차이는 13.08 Hz(a = 220 Hz, a# = 233.08 Hz)입니다. 이는 a1음에서 1°C 상승에 0.8 Hz 상승하지만 a2음에서는 1.6 Hz, a음에서는 0.4 Hz 상승한다는 것인데 한 옥타브간의 주파수 비율은 정확히 2 : 1이기 때문에 변하는 주파수의 크기가 배로 높거나 낮아져도 음높이는 같은 높이로 변하여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오르간의 음높이는 온도에 따라 변합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입술형 파이프들이 거의 같은 비율로 변하기 때문에 오르간을 연주하기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고음영역이 저음영역보다, 금속파이프가 나무파이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변합니다. 다만 리드음색 Trompete, Posaune, Oboe등은 다른 입술형 파이프들에 비해 온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온도가 많이 변해 입술형파이프의 음높이가 많이 변했다면 이에 맞추어 리드음색들을 조율 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Vox humana와 같은 짧은 원통형 울림통을 가진 떨판형파이프음색은 온도의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자주 조율 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르간은 제작 시 주문자의 의견에 따라 어느 온도에서 a1음을 440 Hz로 맞출 것인가를 정하게 됩니다. 가령 15°C에서 a1음을 440 Hz로 할 것인가 아니면 18°C(혹은 20°C)에 맞출 것인가를 정하여 파이프의 길이를 자르고 조율하게 됩니다. 우리의 실정에 20°C에서 a1음이 440 Hz가 되도록 조율하는 것이 좋은 듯싶다. 이러한 오르간은 우리의 실내온도가 동하절기 냉난방시설을 가동하면 평균 23°C -24°C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오르간의 음높이는 연주(예배) 시 대체적으로 a1 이 442 Hz -443 Hz정도로 오르간을 연주하고 반주하기에 적합합니다.

 

  냉난방의 가동으로 인해 실내의 온도가 변하면 오르간의 음의 변화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그 중 하나는 오르간자체에서 건반별로 음높이가 일치하지 않게 됩니다. 만약 2단의 손 건반을 가진 오르간에서 각 건반에 해당하는 바람공급대(wind-chest)의 높이를 다르게 배치하였다면 천장이 있는 막힌 공간에서 높이에 따른 온도의 차이로 인해 각기 다른 높이에 있는 바람공급대위의 파이프는 온도에 따른 음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경우 Swell to Great 혹은 Swell to Pedal과 같은 커플장치를 작동하면 서로 다른 음높이의 음색들이 합성하여 소리를 내기에 깨끗한 소리를 얻을 수 없게 됩니다. 더구나 Swell을 Great보다  아래층에 배치할 경우 연주가 불가능 할 정도로 Swell과 Great의 음높이가 맞지 않습니다. Swell 건반의 파이프들은 Swell box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상층부에 위치한 Great에 비해 온도변화에 따른 음 높이의 변화가 Great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다른 악기와의 협연입니다. 오르간은 제작 시 어느 온도에서 원하는 음높이를 얻기 위해 파이프들을 자르고 조율하였기에 이미 자른 파이프를 다시 이어서 늘리거나 더 짧게 재단하여 조율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오르간조율은 오르간제작 당시 처음에 조율한 음높이를 찾아서 여기에 맞추어 조율하는 것입니다. 20°C 에서 a1음을 440 Hz로 조율한 오르간을 25°C에서 조율한다면 현재 a1음은 대략 444 Hz정도를 나타낼 것입니다. 즉 a1을 444 Hz로 정하고 다른 음들을 여기에 맞게 조율해야지 온도의 상승은 고려하지 않고 a1을 440 Hz로 조율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습니다. 25°C에서 a1 = 444 Hz로 조율했다 할지라도 조율 후 온도가 20°C로 내려가면 a1도 자동으로 440 Hz로 내려가게 됩니다. 때문에 연주 시의 온도와 같은 온도에서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율 시 20°C에서 a1을 440 Hz로 조율하였더라도 연주 시 온도가 상승하거나 내려가면 음높이도 올라가거나 내려갑니다. 때문에 오르간과 협연하는 다른 악기는 오르간의 변화는 음높이에 맞추어 연주해야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르간연주회는 가능하면 냉난방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때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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